때는 2012년 초 겨울 어느날, 용평 리조트 숙소를 공짜로 가게된 어느 휴일.
신나게 보드를 즐기고 서울로 돌아가던 일행들과 함께 "산골식당" 이라는 듣보 식당을 가게 되었다.
뭔가 암암리에 유명하다는 이 곳, 자세히 들여다 보지 않으면 간판도 찾기 힘든 이 곳, 막상 앞에 다달아도 식당인지 모를 이 곳.
눈까지 덮여 더 민가같아 보이던 이 곳.
나무로 지은 집 외벽에 붙어 있는 메뉴판만이, "나 식당이야" 라고 말해준다.
이것 참.
메인 메뉴는 오리. 그것도 직접 기른 오리. 즉 직접 기른 오리 로스와 감자 국수.
뒷 쪽 농장에서 직접 오리를 기르고 잡아서 쓴다고 하니, 신선함이야 말 다했다.
때마침(?) 겨울 인지라...숯불구이는 불가능. 아쉬운 데로 철판 구이로 시작하게 되었다.
다른 블로그들을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숯불구이가 진짜 대박 이라하니 봄 가을에 한번 쯤 여유있게 들러서 야외 파티 하는 것도 좋을듯.
1마리 가격으로 비싼듯 하나 (보통 훈제 오리 로스 1마리면 3만5천원, 그렇지만 공장에서 만들어온 1만원 짜리 햄이라는게 함정)
충분히 값어치 플러스 알파 한다.
산골식당 스러운 맛깔나는 반찬.
묵은지와 말린 호박 무침, 총각김치와 양배추 절임. 자극적이지 않고 담백하다.
오리 등장. 물론 바로 잡아 왔을리는 절대 없다. 육류라는 것이 도축후에 휴지, 숙성 기간이 당연히 필요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바로 잡아왔다면 엌!! 하지만, 어느정도 숙성기간을 갖는 것이 맛이 좋다.
여튼, 때깔 하나는 직이네. 그리고 어느 오리집을 가더라도 저렇게 간과 염통을 내어주는 집은 없었다.
왜 나오느냐 하면, 그만큼 신선하기 때문에.
주인 아주머니가 갑작스럽게 내어준 복분자주. 직접 담으셨단다. 멀리서 왔으니 그냥 묵고 가랜다.
이 얼마나 친근한 인정인지. 주전자 가득 꽉꽉 담긴 복분자에 걸러서 진한 복분자 주가 쏟아져 나온다.
이 또한 예술...이지만 엄청 독한것이 함정이었다.
자 이제 굽기 시작. 저게 숯불이었으면 얼마나 더 맛있었을까 상상하면서 먹을 줄 알았지만
이것 만으로도 충분이 맛있다. 일단 고기 자체가 신선한것, 거기에서부터 차별되어 있다.
촛점이 안맞다. 아까 복분자주 때문이었던 거 같다.
얼갈이 배추에, 묵은지 한점과 오리한점 마늘 한점. 최고의 합작이 된다.
뭔가 꼭 마지막에 구워야 할 것 같은 오리 날개. 5명인데 4개라서 그냥 나눠 먹었다.
1마리 반의 오리를 해치우고, 아 이제 메인은 끝났으려니 했다.
감자 국수를 먹어야지 하시길래, 아 그럼 조금만 주세요 맛만 보게 했다.
그런 우리의 요구를 무시하신냥 대짜 전골 냄비에 가득 끓여다 주신 감자 국수.
이것이 무어냐 하면, 오리 로스 살코기를 발라낸 후 오리 뼈로 끓인 육수에 감자로 만든 면을 넣은 국수.
보통 오리탕 하면 얼큰한 국물을 생각하기 쉬운데, 마치 매운탕과 지리 처럼... 오리뼈와 갖은 야채로 우려낸 맑은 국물이 나타났다.
이 굵은 면발, 감자 국수의 정체.
당췌 멈출수가 없는 맛. 살이 붙어 있는 오리 뼈도 가득하고, 쫀득쫀득한 감자 국수의 식감하며, 어제 먹은 술을 해독시켜주는
시원한 국물의 맛. 오리 로스 보다 더한 메인 요리다.
도저히 그냥 발을 뗄 수가 없어 (배가 불러서)... 근처를 산책하며 소화를 시키기로 했다.
복분자주를 과잉 섭취한 드라이버 J군은 그냥 테이블 바닥에 엎어져서 쿨쿨...
식당 뒤로 걸어 올라가면 오리와 닭을 키우는 농장이 있다. 그리고 어~~~음청 귀여운 똥개들도 뛰어 다닌다.
겨울이라 가득한 고드름. 이런 시골집에 메달려 있는 고드름을 보는것도 참 오랜만이다. 새파란 하늘 색과도 잘 어울리는 모양.
뭔가 눈밭의 여운을 남기고 싶어, 전날의 전리품(이라기 보단 남은) 싼토리 프리미엄 몰츠를 눈 속에 박아뒀다.
지금쯤 누군가 먹었겠지?
위치가 진짜 애매하다. 차량 없이는 찾아가기 힘듬. 저 근방인데 주소가 맞는지는 모르겠다.
대신 전화번호, 033)355-1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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